쥘 베른의 신비의 섬 - 눈의 기만을 허하라.

헝가리 디자이너 이스트반 오로스는 20세기 착시 회화의 대가 M.C. 에셔의 뒤를 잇는 삽화가이자 포스터 제작자, 판화가, 애니메이터, 그리고 영화감독이다.


두 예술가는 특히 수학에 기초한 기하학 예술에 능했는데 에셔가 주로 불가능한 건축이나 무한히 순환되고 변형되는 사물의 이미지에 매료됐다면, 오로스는 왜상(anamorphosis)현상에 기초한 착시와 이중 이미지를 고도로 정밀화시켰다.


이스트반 오로스가 쥘 베른의 동명 소설 속 한 장면을 아나몰픽으로 디자인한 '신비의 섬'


오로스는 왜상 이미지 중에서도 제작이 가장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원통거울 왜곡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그 중에서도 백미는 쥘 베른의 동명 소설 속 한 장면을 디자인한 '신비의 섬'이다. 난파된 선박 위에 뜬 만월에 원통거울을 올려놓으면 거기에 그림이 반사되어 숨어있던 쥘 베른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스트반 오로스가 디자인 한 쥘 베른의 신비의 섬
신비의 섬 중앙의 만월에 원통거울을 놓으면 거울에 쥘 베른의 형상이 떠오른다.





오로스는 우티스(Utisz)라는 가명으로 한동안 활동했는데 그것은 nobody(아무도 아닌 자)를 뜻하는 그리스어 Outis에서 차용한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포세이돈의 저주를 받은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괴물인 키클롭스의 섬에서 포로로 붙잡히는데, 괴물 폴리페무스에게 포도주를 먹여 잠들게 하고 그의 외눈박이 눈을 찌르고 탈출한다. 키클롭스 무리들을 따돌리기 위해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무스에게 그의 이름을 우티스(아무도 아닌 자)라고 속인다.








오로스가 우티스라는 가명을 쓴 것과 그의 그림이 착시와 이중 이미지, 눈에 대한 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괴물의 눈을 공격하고 스스로를 '아무도 아닌 자'로 이름 붙였던 신화와 짝을 이룬다.(물론 오디세우스가 신화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괴물들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자마자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발설했듯 오로스도 그렇게 한다.)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그는 마치 눈의 기만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당신이 언제나 눈속임(트롱프뢰유Trompe-l'œil)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설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 같다. 이것은 스펙타클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매일 걷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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