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트 캄프 테스트를 위한 안내서

필립 K. 딕의 소설은 빛나는 아이디어와는 대조적으로 스토리에 내재된 특유의 형이상학과 영성으로 말미암아 곧이곧대로 영화화하기 쉽지 않아 그의 소설 20여편이 영화화된 할리웃에서도 시나리오 반영도는 30%를 넘지 못해 기본 뼈대만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SF광으로 여기는 박찬욱 감독은 언젠가 프랑스 영화 제작팀에게 가장 만들어보고 싶은 SF로 앨프레드 베스터의 <타이거 타이거>와 함께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제안했는데 그의 조건은 <블레이드 러너>와 달리 소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공상과학적 기본설정과 영화에 키치적 취향을 드리우는 포스트모던적 혼성모방을 걷어낸다면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가 주는 서사적 재미는 사실 30-40년대 하드보일드 탐정소설류의 비장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플리컨트인 레이첼이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라 보긴 힘들지만 결국 사내는 그녀를 따라 위험에 처하게 되고, 형사 릭 데커드도 샘 스페이드나 필립 말로우 만큼 비정하고 냉소적인 탐정은 아니지만 충분히 이기적이고 영악하며 계산적인 인물이다.


<블레이드 러너>를 페이퍼백 탐정소설로 읽는다면 대사들은 한층 '딱딱하게 끓어오를' 것이다.




"그 여자 죽게 돼서 안됐군.

하긴 누군들 영원히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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