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천사
1940년 9월, 런던의 홀랜드 하우스.
이곳 도서관은 전날 밤 독일군의 공습으로 건물 지붕이 무너져 내렸지만 놀랍게도 책들은 거의 아무런 손상없이 선반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1605년에 월터 콥 경을 위해 지어진 이 건물은 청교도 혁명 때 크롬웰 군대가 주둔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이 묵시록적인 장소에 책을 찾거나 명상에 빠진 세 명의 신사들이 유령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의 천사도 바로 이런 모습이리라. 과거의 폐허 속에 시선을 던진 채 진보의 폭풍에 위태롭게 맞서고 있는 그는 윈스턴 처칠이 '새로운 어둠의 시대의 심연'이라고 부른 묵시록의 절벽에서 테크놀로지의 푸른 꽃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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