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프리카 (Lost Africa)

"저는 하마를 한국에서 처음 봤어요"

2002년 한국에 망명해 6년 만에 난민 지위를 획득한 '콩고 왕자' 욤비 토나는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그런 한 마디 말로 깨트린다. 아프리카에 무슨 일이 있었나? '수염 난 타잔을 상상할 수 없는' 흑단처럼 매끈한 검은 대륙에.


1세기 전, 테디 베어의 유래가 된 일화(도무지 교훈이 없는 그 일화)로 유명한 사냥광 루즈벨트 대통령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512종의 동물을 쌍으로 사냥해 수집함으로써 '노아의 사악한 쌍둥이'로 악명을 떨쳤고 백인 주류사회에 아프리카 야생동물 사냥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상아 사낭꾼에게 코끼리 5만 마리가 학살됐던 1960년대 아프리카에서 대륙의 황혼을 예감한 피터 비어드는 인종청소가 벌어지기 전, 예언적으로 <게임의 종말>을 출판했다. 그의 책이 보여주는 무수한 동물 사체들, 수많은 메모와 낙서, 일기, 몽타주, 야생동물의 피로 얼룩진 콜라주는 후기산업사회의 잃어버린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있다.






살가두의 <아프리카>는 피터 비어드가 냄새 맡았던 그 죽음의 향기, 동물의 죽음에서 인간의 죽음으로 전이된 묵시론적 현재를 보여준다. 동물의 사체가 있던 자리엔 이제 인간의 시체들이 쌓여 있고 누떼들이 지난 자리엔 부족들의 기나긴 피난 행렬이 있다. 레니 리펜슈탈의 벌거벗은 누바족과 캐롤 벡위드와 안젤라 피셔의 우아한 딩카족은 저 시간의 용광로 속으로 녹아들어가 버린다.




이제 아프리카에서도 국립공원이 아니면 뿔 달린 동물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을 찾아보기 힘들게 된 건 90년대 서아프리카에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칠 때 사람들이 맹수들을 모조리 잡아 죽인 결과도 한몫했다. 육식동물에 '민중을 핍박하는 억압자'의 이미지가 투사된 결과였다. 서정시에서 막 빠져나온 종족의 우상은 현실을 죽음의 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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