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Zappa - Weasels Ripped My Flesh
프랭크 자파(Frank Zappa)와 그의 밴드 '마더스 오브 인벤션(The Mothers of Invention)'이 1970년에 발표한 앨범 Weasels Ripped My Flesh(족제비가 나의 살점을 뜯어냈다)는 그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이고 기괴한 뒷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오늘은 이 전설적인 앨범의 강렬한 커버 아트와 그 속에 담긴 재즈 거장에 대한 헌정곡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겠습니다.
"이거보다 더 끔찍하게 그려줄 수 있어?" - 커버 탄생 비화
이 앨범의 커버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체 왜 이런 그림을?'이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한 남자가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면도를 하고 있는데, 그의 손에 들린 면도기는 다름 아닌 '족제비(Weasel)'입니다. 그리고 그 족제비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남자의 뺨을 피범벅으로 만들고 있죠.
이 기괴한 아이디어는 프랭크 자파의 엉뚱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자파는 아티스트 네온 파크(Neon Park)에게 1956년판 Man's Life라는 남성 잡지 한 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잡지의 표지에는 근육질 남성이 물속에서 수많은 족제비 떼에게 공격받는 자극적인 그림과 함께 "Weasels Ripped My Flesh(족제비들이 내 살점을 뜯어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 있었죠.
자파는 네온 파크에게 잡지를 툭 던지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 이거보다 더 '최악'인 걸 만들어 줄 수 있겠어?"
네온 파크는 이 도전에 응답했습니다. 그는 1953년 '쉬크(Schick)' 전기면도기 광고를 패러디하여, 면도기 대신 족제비가 얼굴을 할퀴는 섬뜩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팝아트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당시 음반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이 커버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인쇄소의 한 여직원은 이 그림이 너무 혐오스럽다며 손으로 잡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하죠. 하지만 자파와 네온 파크는 이런 반응을 보며 오히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는 후문입니다.
재즈의 거장에게 바치는 기묘한 만찬
"The Eric Dolphy Memorial Barbecue"
이 앨범에는 음악적으로 매우 중요한 곡이 하나 실려 있습니다. 바로 "The Eric Dolphy Memorial Barbecue"입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은 이 곡은 1964년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재즈 뮤지션 에릭 돌피(Eric Dolphy)에게 바치는 헌정곡입니다.
왜 하필 '바비큐'일까?
프랭크 자파는 에릭 돌피의 혁신적이고 전위적인 재즈 스타일, 특히 그의 명반 <Out to Lunch!>를 매우 존경했습니다. 자파는 전통적인 방식의 추모곡 대신, 돌피의 자유분방하고 복잡한 음악적 어법을 담은 곡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곡은 일반적인 록 음악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복잡한 리듬과 불협화음처럼 들리는 전위적인 선율들이 얽혀 있는데, 이는 에릭 돌피가 추구했던 프리 재즈의 정신을 자파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자파 특유의 냉소와 유머가 섞여 있지만, 곡의 바닥에는 돌피의 예술 세계에 대한 깊은 경외심이 깔려 있습니다. 마치 하늘에서 에릭 돌피를 위한 기괴하고도 화려한 잔치(바비큐 파티)가 벌어지는 듯한 카오스를 음악으로 구현한 셈입니다.
앨범의 마침표: 혼돈 그 자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Weasels Ripped My Flesh"는 약 2분 동안 모든 멤버가 악기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소음과 피드백을 쏟아내며 끝이 납니다. 이 소음은 마치 커버 아트 속 족제비에게 살점이 뜯기는 고통을 청각화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죠.
이 앨범은 프랭크 자파가 이끌던 초기 '마더스 오브 인벤션'이 해체되기 전의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들을 집대성한 작품입니다. 팝, 록, 블루스, 그리고 아방가르드 재즈를 넘나드는 이 앨범은 "음악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자파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명반으로 평가받습니다.
족제비 면도기 커버와 그 속에 담긴 자파의 실험 정신, 그리고 에릭 돌피를 향한 존경심 등이 초현실주의적으로 혼재된, 조금은 기괴하지만 여전히 신선한 '족제비들의 만찬'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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