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에서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 S. Bach)의 음악은 특유의 수학적이고 완벽한 대위법 구조,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 덕분에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음악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팝, 락, 재즈 등 장르를 불문하고, 바흐를 혁신적으로 도입했던 사례들이 많은데요...
프로콜 하룸 (Procol Harum)의 A Whiter Shade of Pale (1967)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중 'G선상의 아리아'(BWV 1068)와 코랄 전주곡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BWV 645)의 베이스 라인 과 선율 구조를 절묘하게 결합해 만들어졌습니다.
60년대 미국 걸그룹 더 토이즈가 불러 빌보드 2위까지 올랐던 A Lover's Concerto (1965)는 바흐의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노트북에 수록된 '미뉴에트 G장조'(BWV Anh. 114)(현재는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곡으로 밝혀짐)를 4/4박자 소울/팝 스타일로 경쾌하게 편곡하여 대중들에게 클래식을 친숙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국내에서는 Sarah Vaughan 버전이 더 유명하긴 합니다.
비틀즈(Beatles)의 Blackbird (1968)는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곡으로, 이 어쿠스틱 명곡은 바흐의 '루트 모음곡 1번 E단조 중 부레(Bourrée, BWV 996)'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했습니다. 폴은 어린 시절 조지 해리슨과 함께 이 곡을 기타로 연주하며 놀았는데, 이때 양손으로 베이스 라인과 멜로디를 동시에 연주하는 바흐의 대위법적 주법을 응용하여 Blackbird의 독창적인 핑거픽킹 리프를 완성했습니다.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제쓰로 툴 (Jethro Tull)의 Bourée (1969)는 밴드의 상징인 플루트를 전면에 내세워 바흐의 '부레(BWV 996)'를 재해석했습니다. 클래식 원곡으로 시작해 재즈풍의 워킹 베이스와 거친 하드락 감성의 플루트 솔로로 이어지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클래식 기타의 거장 존 윌리엄스가 이끌던 프로그레시브 락/크로스오버 밴드 스카이 (Sky)는 Toccata (1980)에서 바흐의 가장 웅장한 오르간 곡인 '토카타와 푸가 D단조(BWV 565)'를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락 버전으로 재해석해 영국 싱글차트 5위까지 오르기도 했고요.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 트리오 (Jacques Loussier Trio)의 Play Bach 시리즈 (1959~)는 아예 바흐의 음악을 재즈로 스윙하는 고유한 영역을 개척합니다. 바흐의 '프렐류드 1번 C장조',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을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재즈 트리오 구성으로 연주하여 클래식의 정교함과 재즈의 즉흥 연주를 완벽하게 융합했습니다.
비브라폰을 중심으로 정갈한 실내악풍 재즈(쿨 재즈)를 추구했던 MJQ, 모던 재즈 쿼텟(The Modern Jazz Quartet)은 Blues on Bach (1973)에서 바흐의 음악적 구조에 흑인 블루스의 감성을 결합하는 시도를 자주 했습니다. 이 앨범에서 그들은 바흐의 다양한 코랄과 프렐류드를 정교한 대위법적 재즈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현대 재즈 피아노의 거장 브래드 멜다우는 After Bach (2018)에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수록곡들을 먼저 오리지널 스타일로 연주한 뒤, 곧바로 그 곡의 구조와 모티브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재즈 즉흥 연주를 이어붙이는 서사를 보여주며 바흐가 현대 재즈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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