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The Backrooms) 현상

끝없이 이어지는 빈 방,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기괴하고, 깨끗하지만 사람 한 명 없어 기묘한 공간이 주는 특유의 미학...





사람 없는 텅 빈 지하철역에서 느끼는 묘한 기분, '백룸(The Backrooms)' 현상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출퇴근길 지하철역, 혹은 주말마다 관람객으로 가득 차던 대형 미술관. 만약 이 익숙한 공간에 나 혼자만 남겨진 채, 끝없이 똑같은 풍각이 반복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인터넷 서브컬처에서 시작해 최근 현대인들의 독특한 심리 현상과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백룸(The Backrooms)' 현상입니다.


깨끗해서 더 기묘하고, 무한히 계속될 것만 같은 이 신비로운 공간의 매력을 쉬운 일상 속 예시로 소개해 드릴게요.




백룸(The Backrooms) 현상

원래 '백룸'은 현실의 벽을 뚫고 들어가면(소위 '버그'가 걸리면) 도달하게 되는, 끝없이 이어진 노란 벽지와 형광등 소리만 가득한 가상의 미궁을 뜻하는 도시전설이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이것이 조금 더 확장되어 "지나치게 깨끗하고, 비현실적으로 넓으며, 사람 한 명 없이 무한히 계속될 것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기묘한 기분과 미학"을 통칭하는 말로 쓰입니다. 건축학이나 심리학에서는 이를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경계 공간)'라고도 부릅니다.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공감하는 '백룸'의 예시

멀리 갈 필요 없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공간도 순간적으로 '백룸'이 될 수 있습니다.


늦은 밤, 불 꺼진 대형 지하철역환승통로

서울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나 고속터미널역처럼 끝없이 걸어야 하는 넓은 지하철 환승통로를 떠올려 보세요. 낮에는 발 디딜 틈 없던 그 하얗고 깨끗한 대리석 공간에 막차 시간 즈음 나 혼자만 서 있게 된다면?


기둥과 표지판은 끝없이 이어져 있고, 저 모퉁이를 돌면 똑같은 하얀 통로가 또 나올 것만 같은 기분. 현실인데도 마치 꿈속이나 가상 현실에 들어온 것 같은 강한 백룸 현상을 느끼게 합니다.


관람객이 모두 빠져나간 미술관의 거대한 복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층고가 굉장히 높고, 사방이 하얀 벽(White Cube)으로 되어 있으며, 아주 사소한 발소리도 크게 울릴 만큼 정적입니다.


전시가 모두 끝난 뒤, 혹은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거대한 미술관 복도를 홀로 걸을 때 느끼는 기분은 묘합니다. 너무 깨끗해서 비현실적이고, 이 거대한 백색 공간이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아늑하면서도 서늘한 감각을 줍니다.



신도시의 주말 새벽, 텅 빈 지하 주차장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트인 대형 아파트나 쇼핑몰의 지하 주차장. 바닥은 반짝반짝 닦여 있고 기둥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차도 사람도 한 대 없는 새벽의 지하 주차장에 서 있으면 공간의 부피감이 온몸으로 밀려옵니다. 내가 몇 층에 있는지, 나가는 문은 어디인지 순간적으로 아득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왜 우리는 이 공간에 매료될까?

사람들은 왜 이 쓸쓸하고 기묘한 공간을 보며 공포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묘한 편안함(치유)을 느낄까요?


익숙함과 낯선 것의 충돌

늘 사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 공간(지하철, 미술관)이 텅 비어있을 때 오는 시각적 충격이 뇌에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소음이 거세된 평화

스마트폰,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대화로 가득 찬 일상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정돈되고 깨끗한 공간이 주는 '시각적 ASMR' 같은 안점감을 얻기도 합니다.


매일 바쁘게 스쳐 지나갔던 지하철역과 미술관. 가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공간이 가진 압도적인 부피감과 고요함을 가만히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여러분도 일상 속에서 잠시 현실의 버그를 뚫고 신비로운 '백룸'을 여행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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